[CEO 에세이] 발달 장애 가족에게 격려를
발달 장애 어린이와 그 가족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원하고 그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법안이 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접수됐다.
내 아이는 스물일곱 살이다. 그런데 간신히 ‘아빠’, ‘엄마’라고 말한다. 밥은 스스로 숟가락을 사용해 먹지만 먹는 것보다 흘리는 것이 더 많다. 글씨를 쓰기는 한다. 하지만 엄마나 아빠만 알아 볼 수 있는 정도다. 두 돌쯤 되었을 때, 아이가 이상한 것 같았다. 병원의 진단은 자폐증 장애 1급. 그때부터 나와 아내는 25년을 이 아이에게만 매달렸다. (사)한국장애인부모회 노석원 부회장의 독백이다.
자폐(自閉)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남들로부터 닫아 버리는 증상이다. 부모는 그래도 엄마와 아빠에게만은 아이가 자신을 내보여 주기를 원하지만 아이는 밥 먹고, 대소변 가리고, 졸릴 때 이외에는 엄마 아빠에게도 자신을 닫아버릴 때가 많다. 성년이 되어서 체모가 생기면 그것을 뜯어 버린다. 내 몸에 무엇 하나 붙는 것이 싫어서다. 친구가 있을 턱이 없다. 자폐증 어린이의 부모는 아이를 특수학교(모든 학생이 장애 어린이인 학교)이든 특수 학급(초·중·고 일반 학교에서 장애 어린이들로 만 구성되는 학급)이든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부딪치고 놀면서 사회성을 갖게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폐 어린이에게는 친구가 없다. 그 표정이 무서워 비장애 어린이가 가까이 하지 않고 자폐증 어린이들끼리는 더욱 무관심한 표정뿐이다. 도대체 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될까. 과연 살 수는 있을까. 그래서 자폐아의 부모는 ‘내가 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약 250만 명(전체 인구의 약 5%)이다. 그중 발달 장애라고 부르는 뇌병변 발달 장애, 지적 장애, 자폐 장애가 약 50만 명이다. 나머지 장애인 200만 명의 대부분(130만 명)은 후천적 지체 장애(팔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이며 시각 장애가 25만 명, 청각 장애가 또 25만 명이다. 이들 중 약 70%가 50세 이상이다. 지체·시각·청각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나름대로 의사소통을 하고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자폐성 장애는 80%가 19세 이하다. 오래 살지 못한다.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한다. 길거리에 나오는 일도 거의 없다. 집 안에만 있다. 심한 아이는 20여 년 동안 집 화장실 안에서만 산 사례도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대부분 선천성이다. 부모의 가슴을 쥐어뜯으며 사는 아이들이다.
이제 발달 장애 어린이와 그 가족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원하고 그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법안이 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접수됐다. 새누리당 장애계 비례대표 김정록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자다. 고맙다. 이 법안에는 발달 장애인도 한 인간으로서 생존권을 유지하고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면서 가족과 함께 어쩌다가라도 웃는, 그래서 그 부모가 한순간이라도 행복을 느끼도록 정부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명시하고 있다. 재원 확보의 방법과 그 예산을 발달 장애 가족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전달하도록 하는 제도도 제시돼 있다.
발달 장애 자식을 데리고 오늘도 공원을 산책하는 아빠들이 있다. 어쩌다 웃는 아이의 표정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고통을 던져버리는 부모가 있다. 발달 장애 가족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기를 호소하며 이 법안이 속히 국회를 통과해 우리 사회에서도 발달 장애인이 한 인간으로서 그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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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이사
1947년생. 66년 경기고 졸업.
71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73년 고려대 사회학 석사. 1978년 한국리서치 설립, 대표이사 사장(현). 2002년 고려대 사회학 박사. 2007년 대한산악연맹 부회장(현). (사)한국장애인부모회 회장(현).